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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지역]  이집트 `도굴꾼 마을` 소탕 작전
작성자 : 오수찬  작성일 : 2006-12-08  조회 : 771
  • 고대 유적으로 가득한 이집트 중부 룩소르의 한 작은 마을에서 행정 당국과 주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이달 초부터 이 도시의 나일강 서안 왕들의 계곡 인근에 위치한 쿠르나 마을 3200여 가구를 불도저를 동원해 철거하기 시작하면서다. 이곳의 고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이집트 정부가 지난 60여 년 동안 추진해 온 숙원사업이다. 주민 1만여 명을 약 4㎞ 떨어진 타리프 신도시로 옮기는 작전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이 지붕에 올라가거나 대문을 막으며 철거에 저항하고 있다.

    문화재 당국은 이 지역에 숨어 있는 고대 파라오 시대의 무덤을 찾아 발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마을 인구 증가와 신규 주택 건설로 땅속의 유적이 손상되고 있다는 문화재 당국의 주장이다.

    왕들의 계곡에서 5㎞ 정도 떨어진 쿠르나 마을 아래 땅속에는 3500여 년 전부터 융성했던 이집트 신왕국의 고관 무덤 95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당국은 수년 전부터 3100만 달러(약 290억원)를 들여 건설해 온 신도시가 최근 완성되면서 주민들을 집단 이주시키기 시작했다. 수주간의 이전과 철거 작업이 끝나면 문화재 당국은 이 지역에서 본격적인 발굴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집트 고유물위원회의 자히 하와스 위원장은 "유적이 권리를 되찾았다"며 "숨겨진 유물이 엄청나게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번 강제철거의 진짜 이유는 도굴꾼 소탕으로 알려졌다. 문화재 당국은 60여 년 전 이 마을을 도굴꾼 마을로 지목했다. 주민 대부분이 18세기 말부터 외국이나 정부 발굴팀의 잡역부로 고용돼 이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이다.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의 대부분은 고대 무덤 위에 지어졌고, 집 주인들은 대를 이어 집 안에서 땅굴을 파고 무덤 속 유물을 야금야금 도굴해 팔아왔다는 것이다.

    고유물위원회의 고고학자는 "한 집 지하에서 발견된 땅굴의 길이가 수백m에 이르렀다"고 귀띔했다. 그는 "새로운 유적을 발견하면 그 위에 집을 짓는 게 이 마을의 전통"이라며 "그동안 몰래 외국인 수집가에게 밀매해 온 고대 유물이 수만 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도굴로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당국과의 마을 이전 협상은 번번이 무산됐다. 10년 전 당국이 강제 철거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항의하던 주민 4명이 사망하자 당국은 철거를 포기했다.

    주민들의 불만은 이번에도 여전히 거세다. 200여 년 전 8대조가 이 마을로 이주했다는 하산 아미르는 "이곳의 고대 무덤은 내가 태어난 고향"이라며 "찾아오는 외국인도 없는 신도시로 이주하면 생계가 막막한 데다 정부가 제공하는 새집이 터무니없이 작다"고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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