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장비 자영업을 하는 A 씨는 지난여름 초대형 H 여행사를 이용해 서유럽4개국(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패키지(항공+호텔+지상관광 모두 포함) 4인 가족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일정·이용 항공사·사용 호텔등급이 거의 같지만 1인당 60만원이나 더 싸게 온 K 여행사 고객들을 현지 여행일정 내내 거의 매일 곳곳에서 마주치는 게 아닌가. 슬그머니 항공편과 숙소를 물어보니 자신이 구입한 상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브랜드의 지명도 차이 때문에 A 씨 가족이 한꺼번에 지출한 금액은 240만원이나 된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소매업체 관계자는 “하나투어·롯데관광 등 국내 초대형 종합여행사들의 유럽패키지여행상품에 거품이 많다”며 “하지만 일반 여행소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무조건 초대형·유명 브랜드 여행사를 선택해 본의 아니게 바가지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반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양질의 상품을 추천해도 인지도가 높은 상품을 우선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해외여행알선업계의 실정에 어두운 일반 소비자들은 인지도가 높은 여행사를 전문성이나 신뢰도가 높은 여행사로 동일시하는 오류를 종종 범하고 있다. 하나투어·롯데관광 등 인지도가 높은 여행사와 전문성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
하나투어와 같은 대규모 여행사의 경유 유럽 전담부서 직원수와 전문성이 유럽 전문 여행사보다 뛰어난 근거는 찾기 힘들다. 오히려 비슷하거나 뒤진 경우도 종종 있다.
또한 초대형 여행사나 중소여행사 할 것 없이 유럽현지 지상관광은 몇몇 현지여행사가 중복해 도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품을 구입한 여행사는 서로 달라도 현지에서 만나는 가이드나 상품이 동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여행의 만족도 역시 현지 가이드의 전문성과 서비스 마인드에 좌우된다. 지명도가 높다고 현지여행의 만족도가 높다고 단언할 수 없다.
아울러 거의 대부분의 종합패키지 여행사들은 단체 구성인원이 15인 이상인 경우에 한해 전문 인솔자(TC)를 내보낸다. 이 경우 물량이 많은 초대형 패키지 여행사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근정직원이 아닌 임시계약직 프리랜서를 내보낸다. 이들 전문 인솔자의 수준은 여행사별로 대동소이 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 비교 견적을 내볼 경우 하나투어·롯데관광 등 초대형 여행사의 유럽패키지 요금은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문성이나 신뢰도에서 거의 문제가 없는 중형여행사의 동일항공·동급호텔·동일여행일정 요금보다 최소 50~60만원, 최대 120~130만원 더 비싸다.
일례로 겨울시즌에 인기 있는 이집트-터키-그리스 지중해 3개국 일주(대항항공 이용, 특급호텔 사용) 10일 패키지 여행일정의 경우 롯데관광과 하나투어가 각각 1인당 369만원, 349만원인데 반해 중형 여행사 KRT여행사는 239만원으로 그 격차가 심하다. 마진에 거품이 많다 보니 하나투어의 올해 예상 세후 순익은 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한 유명 여행사 관계자는들은 “지난 IMF사태를 통해 체험했듯이 이름 없는 여행사를 택해 수십만원을 아끼려다 여행 전체일정을 망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업체더라도 자체 모객을 통해 패키지 상품을 파는 수준이라면 고객 피해를 방지할 최소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이러한 여행사들은 규모와 상관 없이 의무가입사항인 5억 원의 기획(패키지)여행보증보험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해당 여행사가 이러한 보험을 가입했는지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여행업계 내부 정화로 인해 대형 여행사들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