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블로그
[터키]  트라브존 Trabzon, 쉬멜라 수도원
작성자 : 에스빠냐  작성일 : 2008-08-05  조회 : 2514
  • 와이프가 도착하는 어제 이스탄불의 늦은 오후.. 2주만에 보는 와이프..
    이제 몸도 마음도 외로울 때즘..
    오늘 도착하자마자 밤 11시 45분 비행기로 트라브존으로 날라가는 날..
    어쩌면 진짜 터키 여행이 시작되는 날..

    역사를 전공해서 지식이 나름대로 풍부했던 그리고 투르크 반군 친구와의 우정으로 날 감동시켰던
    식당 종업원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얘기하다가 예상보다 조금 늦어진 시간에 호텔을 나선다.
    그래도 크게 무리 없는 시간.. 리무진이나 택시를 타기위해서는 1킬로 이상을 걸어야한다.

    그러나 지금은 라마잔이 끝나 바이람 Bayram 축제 기간.
    바이람은 라마잔 끝나고 고행의 시기를 잘 치뤄냈다는 의미에서
    사탕이나, 바클라바, 쵸콜릿 같은 단 것을 먹으며 3일간 계속되는 축제기간인데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축제를 즐긴다.
    일반용어로는 이드알피트르 Eid al Fitr 라고 하는데 터키에서는 이를 바이람이라고 한다.
    라마단이라는 용어를 라마잔으로 부르듯이..

    발디딜 틈 없는 거리..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 터키에서 가장 붐비는 이스티칼 거리 Istikal Caddesi..
    맥주마셔 나른하고, 땀은 나고, 갈길은 멀은데 사람은 많고.. 조금씩 맘이 급해진다..
    그 때 저만치 뒤에서 오고 있는 꼬마 전차.. 잘 됐다, 저거 매달려 가자!!

    그러나 발 디딜틈 없이 입구계단까지 꽉 찬 사람들..
    꼬마들이 도와줘 한쪽 발만 계단에 올려놓는데 성공..
    오른손으로는 적지 않은 여행 가방을 들은 상태로..
    승객들과 길거리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ㅎㅎ
    어렸을 때 트럭 뒤에 매달려가는 전과가 지금 효력을 발휘하는군..

    그러나 갈수록 가방을 든 오른팔에 힘이 빠진다..
    얘들아 나 내려야 할까봐.. 가방땜에 힘들어 죽겠어..
    순간 손을 내저으면서 영차, 하더니 사람들을 안쪽으로 밀어 부치고 나서
    조그만 여유공간에 내 가방을 올려놔준다.
    재밌다, 그들도 나도..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 시큐리티 체크.. 짐속에 칼이 들어있으니 티켓과 ID를 제시해달라는 말에..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아, 여권이 없어.. 호텔 픽업하는데 그냥 나왔어..
    으!! 나이는 못속이나보다.
    여행 20년 경력에 전에 없던 일들이 자꾸 발생하고..

    와이프 도착시간은 아직 한시간 정도 남았고,
    교통만 밀리지 않는다면 빠듯하게나마 와이프 마중이 가능한 상황..
    공항에서 다시 돌아가 여권을 갖고 오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겠다 택시 승강장..
    그러나 택시도 별로 안보이고 맘은 급하고..
    급할수록 침착하자... 조용히 정리해본다.

    ID를 보여달랬지 패스포트라고는 안했다.
    난 국내선을 이용한다. 배낭에는 운전면허증이 있다..
    혹시 운전면허증으로 국내선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번 물어볼까?
    그런데 그게 안된다면 결국 시간만 소비하고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시간을 낭비하여 와이프 마중을 못할 형편..
    자, 여기서 베팅을 해야 한다. 여행 순간순간마다 내려야 하는 지겨운 (?) 의사결정..

    결국 다시 공항건물로 들어간다.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또 시간을 허비할 것 같아 –오줌은 마렵고.. 씨 -
    입구에서 공항 경찰을 찾는다. 야, 이리와 봐..
    젊은 이 경찰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안된다고..
    그런데 대답하는 눈치가 내 말을 잘 못알아들은 것 같다.

    이거 나한테는 중요한 문제거든..
    영어 잘하는 경찰을 좀 불러줄래?
    영어하는 애 찾는데 또 시간 허비..
    결국 국내선은 운전면허증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휴우..
    공항의 렌터카 사무실 전화 이용해 호텔에 전화해서
    다시 이스탄불에 돌아올 때까지 패스포트 잘 간수해달라고 부탁한다.
    짜식들, 지들이 챙겨줬어야지..
    이 일로 해서 안타캬 Antakya 에서 혹시 갈지도 모르는 시리아 알레포는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고..


    11시 45분 늦은 비행기라 텅텅 비어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만석이다.
    왁자지껄.. 오히려 여행기분..
    건너편 좌석에 앉은 중년 남자가 연신 말을 건다.
    내가 터키말을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신기한가보다.
    조금 지나니 완전히 동물원 원숭이 꼴이다..
    이놈 저놈 다 말 거네.. 그들이 말하는 걸 잘 이해 못하면 내 옆에 앉은 대학생이 영어로 통역해준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라마단 기간에 순례를 갔다가 이제 끝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드디어 북동쪽을 다시 여행하는 기쁨으로 마음이 편안하다.
    더구나 와이프랑 같이..

    새벽 1시반쯤 도착한 트라브존 공항. 엄청난 인파..
    그들이 갖고 나온 차량의 무질서.. 대낮보다도 더 붐비는 것 같다.
    역시 라마단, 바이람 축제가 이들의 중요한 축제라는 걸 느끼겠다..
    택시 승강장은 너무 엉망이라 차도 없고 저만치 차가 보여도 움직일 수가 없겠다..
    택시 어디서 타냐니까 군중속을 헤치면서 우리가 나갈 길을 인도해준다.
    조금 걸어서 택시 있는 데까지 안내해주고 사라지는 터키쉬..


    트라브존에서 맞는 이튿날 아침.
    호텔 Usta Park Hotel 창문을 여니 흑해가 바로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북쪽 지방이라 날씨가 추울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따뜻하다. 역시 흑해의 따뜻함..(?)..
    이른 여름 정도의 느낌.. 여행하기에 딱 좋은 날씨..
    하긴 어제 밤 도착했을 때도 약간은 후덥지근한 느낌이었지..

    돈값하는지 성찬으로 차려진 아침을 먹고,
    난 렌터카 회사를 찾아가고 와이프는 하맘 hamam 으로 간다.
    hamam 소위 터키탕…

    <5년전 에르주룸 Erzurum 에서의 하맘 체험기. 터키탕의 막연한 오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원같이 넓은 장소에는 목욕을 끝낸 사람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누구와도 말은 안 통하고.. 옷을 갈아입는 장소가 우리의 locker 와는 달리 각각의 사람마다 키와 함께 밀폐된 방이 주어진다. 옷을 갈아입고 towel 을 하체에 두르고 나오니 bath 문을 가리킨다. 문이 이중 문이다. 안의 heating 을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겠지..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 많다. 한 가운데 넓은 대리석이 놓여있는데 슬쩍 누워보았더니 뜨거운 건 질색인 나에게는 너무나 뜨겁다. 안으로는 별도의 Sauna 실이 있고 반은 밀폐된 공간이 있는데 혼자 몸을 씻는 데인가 보다. 천장에는 햇볕이 들어올 수 있게 돔 형태로 창문을 촘촘하게 만들어 놓았다. 땀과 때를 씻어내면서 왜 터키탕이 우리나라에서 이상하게 변질 되었는지 그 이유는 자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알려진 것처럼 이슬람에서는 목욕 중에도 남에게 치부를 드러내지 않는다. 남과 같이 있는 장소에서는 타월로 두르면 되지만 치부를 닦기 위해서는 남이 볼 수 없는 밀폐된 공간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전부 다 노출을 하는 우리나라의 대중 목욕탕과는 다른 구조일 수 밖에 없지 않는가? 자기의 몸과 정신을 깨끗이 하라는 밀폐된 곳에서 매춘이 일어나는 건 슬픈 일이지만.. 어째튼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터키탕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건 다행이라는 내 생각.

    마사지를 위해서 대리석에 엎드려 있으니 뜨거운 비눗물을 부어대더니 두 사람이 머리, 어깨, 팔, 무릎 뿐만 아니라 손가락, 목, 등, 종아리 발까지 온몸을 마사지한다. 발가락이 뜨거워서 댔다 띄었다 하고.. 오른 쪽 어깨 부분을 안마할 때 아파서 짧은 비명을 지르니 그 곳이 안 좋은 걸 알겠다는 듯이 집중적으로 안마한다. 아픔 속에서도 시원함.. 옆으로 보니까 저 쪽 밀폐된 공간에서 몸을 닦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슬쩍 커닝 하는 기분으로 훔쳐봤는데 전혀 치부를 드러내지 않는다. 약간의 웃음.. 누워서 안마 받을 때가 되니까 수건을 하나 더 준다. 치부를 더 가리라는 뜻인가 보다. 가슴, 다리 까지 마사지 시간이 20 여분은 걸렸을까? 마른 수건을 건네주며 밀폐된 공간을 가리킨다. 나올 때 쓰라는 거겠지.. 나도 치부까지 깨끗이 닦고 밖으로 나왔다. 의자에 앉히더니 온몸의 물기까지 닦아준다. 머리에 타월을 씌워주는데 옆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라비아인들의 터번 같은 모습과 비슷하다. 나도 저렇겠지, 웃음이 나왔다. Locker에 들어가 정리를 하고 나오니까 차이를 갖다 준다. 여자만 없지 완전한 full service 다. 나오는데 1000만 리라 (8,000원)를 내라고 한다. 800만 리라라고 했더니 나하고 흥정했던 친구가 자기들끼리 뭔가 얘기하더니 800만 리라를 받는다. 웃으면서 100만 리라를 tip으로 주고 나왔다. 여기도 장사하는 사람은 바가지 비슷한 게 있겠지.. 앞으로는 가격부터 정하고 액션에 들어가야겠다. 하여튼 온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하다.


    나중에 와이프 얘기 들으면 내 경험은 남자의 경우이고, 여자는 안마도 시원찮고 그냥 대충대충 해준다고..

    책에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시끌벅쩍하다는데 지금은 휴일이라 그런지 한가한 모습의 트라브존.
    1204년 베네치아를 주축으로 한 4차 십자군 원정에서 하라는 성지탈환은 안하고
    로마 교황의 묵인 아래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고 라틴제국을 세웠을 때,
    비잔틴 왕족 Alexius Comnenus가 Trebizond를 세워 비잔틴제국을 연명한 뒤,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오스만 투르크에게 8년간 저항하다 1461년에 결국 투르크로 편입 된 곳..
    지금은 구 소련이 붕괴한 뒤 들어온 러시아 나타샤들 (창녀)이 많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11시쯤 Avis에서 호텔까지 차를 delivery 해준다.

    트라브존의 프레스코화 명물, 아야소피아 Aya Sofya 박물관은 생략하고 그냥 흑해로 나간다.
    아이란 잔뜩 사들고.. 프레스코야 쉬멜라에서 보면 되지 뭐..

    쉬멜라는 5년전에 시간이 없어 가다가 돌아온 곳..
    트라브존과 쉬멜라 그리고 흑해를 따라 동쪽에 있는 아이데르 Ayder 에서의 하이킹을 큰 숙제로 남겨놓았었지..
    신호대기때 옆차한테 지리를 물어보니 자기들 따라오라고 손짓..
    부담, 괜히 물어봤네..
    그냥 말이나 손짓으로 알려주면 되지 얘네들은 참..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가면 좋을걸....
    내가 그들 시야에서 사라지면 쟤들 또 어떤 짓을 할지 몰라..(터키 여행자들은 이 기분 다 알걸.... 요?)

    조금 따라가다가 차창 밖으로 우회전하라고 알려준다. 아휴, 잘 됐다.. 우회전..
    그러나 곧 조금 일찍 우회전 한 것을 알고 다시 큰 길로 나오니 그들은 코너에 깜박이 켜고 정차하고 사람이 나와 있다. 결국 우리가 나오기를 기다린 건가? 나, 미쳐..!!

    50여킬로를 운전하니 알튼데레 국립공원 AltIndere VadIsI Milli ParkI 입구..
    와이프에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가는 게 어떻냐고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가파라서 안하길 잘했다.
    왕복 네시간은 족히 걸릴 듯..
      
    울창한 계곡을 운전하는 맛이 썩 괜찮다. 산에는 단풍이 제법 들어있어 운치를 더해주고..
    멀리 절벽위에 세워진 쉬멜라 수도원.. 기막힌 절경..
    울창한 나무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꽤 많고..
    비잔틴 시대에 지어진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이곳은 암벽위에 그린 프레스코화가 유명한데
    비록 많은 부분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지만 컬러풀한 색감은 압권이다..
       프레스코화 감상..
      
      Deesis, 청원도...
    베르가마 Bergama에서 부서진 카메라와 렌즈 때문에 아직도 자유스럽지 못한 나의 모습..
    사진도 잘 못찍는게...
    한시간여 머물면서 놀다가 다시 돌아온 공원 입구..
    계곡 다리위에 있는 레스토랑은 알펜 스타일로 멋있기는 하지만 사람들도 너무 장삿속이 보여 터키 냄새는 별로..
    차라리 얘들처럼 음식 준비해와서 계곡에서 양고기나 구워먹었으면 좋겠다..ㅎㅎ
    정교복장을 한 수도승 할아버지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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