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블로그
[터키]  호파에서 유수펠리로.. 5년전 추억을 찾아서
작성자 : 에스빠냐  작성일 : 2008-08-12  조회 : 2373
  • 아르데셴 Ardesen 에서 5년전 여행의 추억을 되살리고, 사람들과 난리치며 사진찍고..

    호파 Hopa를 지나 그루지야 Georgia 와의 국경도시 사르프 Sarp..
    당초 여기 국경을 지나 그루지야로 넘어가려 했으나 렌터카로는 국경을 넘을 수 없어 포기한 곳..
    아쉬움을 달래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흑해의 넘실거리는 파도.. 저 너머 길이 그루지야로 가는 길인데..
      
    차이집에서 차 마시고 돈을 내는 포즈만 해도 아니라고 모든 사람이 난리다.
    하긴 차이값이라야 1,2 리라지만 그들의 친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착하게 생긴 사람들..
    사진을 보내줄 요량으로 막 찍는다.
    와이프가 왜, 남자만 찍느냐고 주방에서 일하는 여자 손목을 끌고 나온다.
      
    아쉬움을 접고 다시 호파를 거쳐 아트빈 Artvin 으로 향한다.
    계속되는 숲길, 그러다 비가와서 유실된 도로들..
    5년전에도 댐 공사로 길이 험했는데 달라진게 거의 없는 것 같다..

    돌산, 흙산에 험한 바위길도 나오고,
      
    아트빈 주변에는 웅장한 산약경치가 이어진다..
    아스라히 보이는 단풍들도..
       


    오늘의 목적지 유수펠리 Yusufeli 들어가는 길이 가까워 온다.
    드디어 5년전 자동차 사고의 추억(?)이 서린곳..


    <5년전 여행기 - 자동차 사고 >

    도로 한가운데 조그만 돌이 보인다. 피해갈까 하다가 그 크기가 주먹만한 것이어서 그냥 차 가운데로 지나갔다. 순간 굉음과 함께 브레이크를 밟으니 차가 길옆에 멈춰 선다. 어제와 비슷한 상황일까? 내려서 보니 차에는 이상이 없다. 건성으로 차 밑을 쳐다봐도 이상은 없다. 와이프도 나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와이프도 그 정도 돌멩이는 그냥 지나가는 걸로 생각했다는데.. 그래 그건 분명 돌멩이었다, 바위가 아닌. 아마 우리나라 차와 높이가 조금 다른 거겠지.. 그런데, 그런데였다. 출발하기 위하여 시동을 거는데 걸리지가 않는다. 큰 이상이 아니길 바라지만 감이 별로 안 좋다. 어쨌든 다시 지나가는 차 신세를 져야 하나보다..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차도 별로 안 보인다. 10여분이 지나서 자가용 한대, 열심히 하려고만 했지 시간만 허비했다. 그 후 다시 10여분.. 건너편으로 트럭이 다가온다. 그래 트럭운전수 정도는 되야 자세한 걸 알 수가 있겠지.. 세대의 트럭에서 4명이 내린다. 차를 살펴보는데 30분 정도가 지나도 gas 가 없다는 말만 할 뿐, 도저히 고쳐질 것 같지가 않다. 야, gas 는 이만큼이나 남아있어.. gauge 의 반을 가리킨다. 고개만 갸우뚱 갸우뚱... 그래 뭔가 심각한 사고구나.. 다행히 모르겠다고 아까 자가용처럼 그냥 가버릴 것 같지는 않다.

    한참을 보다가 트럭이 견인을 하기로 했다. 밧줄을 꺼내더니 우리차에 연결한다. 견인되는 차에 앉아 운전을 하는 것도 난생 처음이다. 커브 길이긴 하지만 다행히 경사진 길은 아니다. 운전대가 좌우로는 움직이니까 방향은 잡겠는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으니 견인 트럭에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오른손으로 잡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트럭의 속도가 일정치가 않아 밧줄로 팽팽하게 해서 한번 끌어다니고 그 끄는 힘의 작용으로 내차가 튕기듯이 끌려가며 밧줄이 느슨해지는 형태가 계속된다. 가끔씩 트럭과 가벼운 충돌.. 쿵..쿵..그럴 때마다 와이프는 거의 비병에 가깝다. 아, 와이프를 트럭에 태우는 건데.. 조금 가다가 결국 밧줄이 끊어졌다. 공포감은 없고 다행히 와이프 트럭에 태울 좋은 기회...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긴장을 억지로 풀어가며, 이제는 여유를 부리면서 그냥 이 어려움을 부딪혀 나가는 즐거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래 여행하면서 이런 사고쯤은 아무것도 아냐.. 일부러 혼자 소리내어 웃었다. 핫핫핫.. Krud 족한테 잡혀간 것 보다야 낫지.. 히히히..

    오다가 지난 간이휴게소까지 트럭에 가볍게 계속 부딪혀 가면서 한시간 정도를 끌려왔다. 다리를 건너올 때나 반대편으로 다가오는 차가 있을 때는 긴장이 되기도 하였지만 무사히 오고 나니까 이제는 살 것 같다.

    가능하면 이 곳에서 수리를 하고 떠나려 했지만 많은 사람이 달려들기만 할뿐 아는 사람이 없다. 나도 차에 대해서 모르긴 하지만 이 친구들도 매 한가지다. 트럭운전사를 포함해서 말만하고 자기들끼리 의견만 분분할 뿐 정작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없다. Gas 가 없어서 그렇다는 의견이 강해서 gas 까지 full 로 채워도 안된다.

    말도 통하는 사람이 없지, 이래서는 도저히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 우선 렌트 할 때 지시 받은대로 현지 경찰인 Jandarma 156 번으로 연락을 부탁했다. 보험처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경찰조서가 필요하고 또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Jandarma는 기본적으로 군인이지만 시 지역이외에서는 교통경찰 역할까지 한다. 그리고 나서 렌터카 사무실로 연락을 했다. Antalya는 본사라 그런지 일요일에도 사람이 근무하고 있었다. 상황을 설명했더니 두가지 option을 제시했다. 지금 Ankara로 가서 새로운 차를 pick up 하든지, 호텔을 잡고 연락해주면 자기네들 요원이 도착해서 차를 수리해서 넘겨주는 것. 전형적인 책상머리 행정이었다. 주위에는 호텔도 없을 뿐만 아니라 Ankara 는 여기에서 1000 km 도 넘는다. 전화기에 대고 얼마나 핏대를 올렸는지 주위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듯이 쳐다본다. 욕하게 되면 더 유창해지는 영어. 저쪽에서는 이사람 저 사람 통화상대를 바꿔가면서 난리다. 그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짜증이 난다. 내가 여기서 수리를 하고 나중에 회사에 영수증 가지고 대금 청구하겠다고 말하면서 전화통을 집어 던졌다.

    이제는 도움을 받을 만한 것은 Jandarma 밖에 없다. 머지않아 총을 멘 군인들이 트럭에서 우르르 내린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Yusufeli 관할이란다. 우리가 있는 곳은 간이 휴게소일 뿐 마을도 없고 Yusufeli 는 main 도로에서 산속으로 10여 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무언가 교통장비도 갖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음주 측정기였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사고 내고 음주측정까지 한다는 게 한심하다.

    와이프는 음료수 사서 사람들 접대하기 바쁘다. 그것도 미소와 함께. 이미 모든 걸 버린 게 눈에 보인다. 현명한 일이지.. 또 다시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하.. 우두머리가 다가와 영어로 뭔가 물어본다. 순간 나는 살았다. You speak English, huh? 에 YES!! 란 대답. 구세주를 만난 것 같다. 몇 가지 설명을 해주고 나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무조건 yes 다. 못알아들으면 딴데 쳐다보고 딴청부리고… 이스탄불 이 영희 사장한테 전화했더니 교회에 가고 없단다. 결국 모든 건 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

    머지않아 현지인 중 영어하는 친구 Mehemt Aydin 이 왔다. 처음에는 Jandarma 소속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Yusufeli 에서 호텔과 레스토랑을 삼촌과 함께 운영하며 rafting 강사도 하는 젊은 친구였다. 고등학교를 Yusufeli 에서 나왔다는데 영어를 아주 잘한다. Mehmet 이 온 뒤로는 일이 쉽게 쉽게 풀려나갔다. 조서를 받기 위해 차를 남겨둔 채 경찰차로 Yusufeli 로 갔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듯 하더니 전혀 새로운 꽤나 규모가 큰 도시였다. 경찰조서는 Mehmet 의 도움과 함께 40 여분간 진행됐다. 기가 찬 건 조서를 꾸미는데 아버지 이름까지 대라는 것이다. 조서양식이 그렇겠거니 했지만 시간은 없고 날이 지기 전에 빨리 수리공을 구해야 할텐데 버럭 화를 냈다. 우리 아버지 하고 무슨 상관이냐.. 미치겠다. 그들이 미안해 하는 걸 보면서 Mehmet 가 나를 설득했다. 그래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 조서내용을 컴퓨터에서 프린트 하는데 보니까 마분지에 먹지를 대고 도트 프린터를 사용한다. 렌트가 회사에 제출할 경찰조서를 받아들고 나올 때 책임자가 다시 나와서 악수를 청한다. 고맙다고 인사를 했더니 YES!! 그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영어...

    이제 Mehmet 의 도움으로 수리공을 찾아야 한다. 물론 오늘은 휴일이기 때문에 문을 연 곳은 없다. 모바일 폰으로 여기저기 연락을 해보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지나가는 자기 친구와 몇 마디 하고 연락을 하더니 조금 후에 택시 2대를 이끌고 네 사람이 나타난다. 구세주다. 나이가 꽤 있어 경험이 많을 것 같고 신뢰성도 있어보인다. 차를 타고 가면서도 연신 우리를 안심시키는 말을 하는 듯 한데 Mehmet 이 없었기 때문에 communication 이 안됀다. 그래도 베테랑을 구했으니 안심이 된다. 현장에 와 우리 차를 보더니 우리를 안심시키던 표정은 간 데 없고 갑자기 serious 해진다. gas 통에서 엔진으로 gas 를 전달하는 장치중 부품 하나가 깨진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수리할 수 없고 내일 Erzurum 으로 가서 부속을 가져와야 한단다. 어차피 오늘은 팔자에 없는 Yusufeli 에서 묵을 수 밖에 없다. 차를 Yusufeli 로 다시 견인해와서 뒷마무리하고 방을 잡았다.

    Mehmet 이 우리를 결혼식 파티에 안내하겠단다. 마을 뒷편 조그만 광장에는 밤 늦은 시간인데도 커다란 앰프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100여명이나 되는 남녀가 모여 춤추고 노래하고 그야말로 신나는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신랑 신부까지 같이 논다.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여자들이 이렇게 신나게 노는 것을 본 건 처음이다. 여자들은 집안에만 머물러 있는 걸로 알고 있는 나의 생각을 바꿔놓는다. 그래, 이곳도 사람 사는 사회니까 지역이나 종교의 신실도, 장소에 따라 여자의 활동도 다른 거겠지.... Mehmet은 들어가고 와이프는 이미 나와 헤어진지 오래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되건 안되건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 소리지르고.. 나도 금방 춤 스텝을 배워서 그들과 어깨 동무를 하고 같이 춤을 추었다. 신랑신부 사진을 찍어주니까 동네 꼬마들이나 어른들까지도 같이 찍자고 한다. 그래, 기분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와이프는 부조금까지 주었댄다. 주위 사람한테 주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welcome 하더란다. 하긴 외국인한테 부조금을 받는 건 그들로서는 기념할 만한 일이겠지.. 신랑양복 주머니에 돈을 넣어 주려니 양복을 새로 해 입었는지 아니면 처음으로 양복을 입은건지 –후자겠지, 와이프에 의하면- 주머니에 아직도 실밥이 있어 막혀 있는 상태였단다. 12시가 넘어 더 놀다 가라고 잡는 손을 사양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웃어가며 드디어 유수펠리..

    차이집에 들러 5년전에 찍은 결혼식 사진을 내놓으니 모든 사람이 달려든다.
    그 중에는 5년전에도 만났던 사람도 있고.. 즐거워 하는 그들 그리고 우리..
    전화통에 불이 난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집에 없는 것 같아 그들에게 기념품과 사진을 전해주고..
    이제 차이값은 낼 생각도 안한다. 그들을 알기 때문에.. ㅋㅋ

    호텔로 찾아가 메흐멧과의 반가운 해후.. 터키식 인사..
    독일 여자친구와 독일에서 7개월 살다가 재미없어
    다시 돌아와 터키여자와 결혼도 하고 호텔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고..
    불어난 배, 제법 사업가 티가 난다.

    5년전 차사고 덕분에 유수펠리를 알게되고, 5년이 지난 지금 그곳과 그 곳사람들을 다시 찾았다.
    사람의 운명이나 인연은 얼마나 조그만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건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