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블로그
[터키]  커흐베하네
작성자 : 이영희  작성일 : 2008-04-29  조회 : 2538
  • 도시의 역사를 나누고 지켜보았던 카흐베하네들

    터키는 한마디로 흥미진진한 곳이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으며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중 우리 여행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것은 다름아닌 길에서 만나는 터키 사람들 이다. 어쩌다 이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 눈을 맞추고 상냥하게 웃는 민초들이 그냥 좋아지고 터키는 금새 매력 덩어리가 되어 나를 유혹한다.
    내가 유독 터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 여기에 있을 것이다.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정지되어 있는 그 어떤 것들의 외형적인 모습 혹은 역사적 이야기들이 주 관광거리로 매력을 갖는다. 그러나 터키는 아니다. 터키는 지금을 살아가는 민초들이 오늘, 그들의 삶을 통해 어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가 있는 곳,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한곳에 어울어지는 곳, 그네들의 카흐베하네로 가보자

    카흐베하네’는 요즘 유럽에서 말하는 거리 카페를 일컬음으로 ‘카흐베’는 커피를 말하며 ‘하네’ 는 어떤 장소, 혹은 공간을 뜻한다. 터키의 카흐베하네 는 유럽의 카페테리아와 똑같은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공간 안의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다. 뭐라 할까? 낭만의 색이 다르다 할까? 아니 잠시 쉬었다 가는 가벼운 곳이 아닌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곳이요, 그 무게를 서로 나누어 지는 곳이라 하겠다.

    이스탄불의 카흐베하네는 무슬렘 무역 상인들에 의해 커피가 들어 온지 30년이 지난 후에야 개업을 하게 되었만 아마도 세계 최초의 커피숍일 것이다. 쾌락을 즐기는 사람들,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은 이런 곳에서 만나고 시끄러운 모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누구는 책을 읽고, 누구는 장기를 두고, 또 누구는 문화 토론 벌이기도 했다. 이것이 붐이 되어 할 일이 있는 사람들, 또 할 일이 없는 사람들 모두가 모여, 앉는 것은 고사하고 서 있을 장소 조차도 없이 사람들은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제각기 선호하는 카흐베하네를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아름답게 꽃을 피우며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카흐베하네는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는 종합 신문사요, 여전히 스포츠 중계 석이기도 하다. 터키 차를 마시며, 혹은 수연 통을 피우면서 나라의 사정이나 터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 경기는 물론 연예계의 소식과 직장의 이야기, 가정의 속사정까지 우리들의 일상이 꽉 차게 들어 앉아 있는 곳이 바로 ‘카흐베하네’ 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터키인들에게 만남과 쉼터를 제공하며 도시의 역사를 나누고 지켜보았던 카흐베하네들은 오늘날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 여전히 옛날의 이야기를 속삭이듯 전해주고 있다.

    먼저 EYUP에 위치한 피에로티 카페로 가 보자. 수많은 무덤들과 수 백 년 묵은 나무 밑에서 나무와 함께 뿌리를 내리며 존재하는 피에로티 카페는 콘스탄티노플을 에워싸고 있는 로마시대의 성곽을 한눈에 감지 할 수 있는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 물의 화환을 쓰고 있는 이스탄불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 250여 년의 세월의 주름을 접고 있는 이 카흐베하네는 가족과 연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24시간 문을 열고 변하지 않은 옛 모습으로 찾아오는 이를 맞이하는 이곳은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실내를 갖은 작은 찻집이지만 골든 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뜰에는 무덤의 비석만큼이나 의자가 놓여있다. 이곳에서는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드는 골든 혼을 바라보며 터키 커피를 마셔보자. 진한 커피 향이 당신을 더없이 행복케 할 것이다.

    또 다른 곳은 이스탄불 신 시가지에 위치한 TOPHANE 지역에 있다. 보스포로스 해협의 아름다움을 소유한 채 나란히 줄지어 있는 수십 개의 카흐베하네는 그야말로 흥미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곳에 모이는 이들은 늘 낯익은 얼굴들이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곳, 낮보다는 밤이 더 밝은 이곳은 분명한 색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과 함께 차를 마시거나 물담배를 피워보자.
    시간의 흐름에 녹아있는 색, 꿈 그리고 향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Kahve Hane들도 24시간 숨을 쉰다. 왜냐하면 그들도 생물처럼 태어나 자라고, 사랑하고, 즐겁고 슬픈 나날들을 살다 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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