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블로그
[터키]  Eskisehir 에스키 셰히르
작성자 : 에스빠냐  작성일 : 2008-07-03  조회 : 2054
  • 어정쩡한 도시 세잍가지 Seyitgazi에 가니 호텔은커녕 지나치는 도시라 그런지 죽은 도시 같다.
    결국 포기.. 내일 다시 생각하든지 나중에 와이프랑 다니는 2차 여행에서 시간이 되면 다시 도전하기로 하고
    에스키셰히르까지 달린다.
    20년 여행 경력에 목표로 한 곳을 못찾고 포기하기는 내 기억으로 처음인 것 같다..
    에스키셰히르는 도저히 Eski (old의 뜻)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현대와 젊음과 열기가 넘치는 도시...
    최근에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아나돌루 대학이 있어서 그렇다는 후문..
    기분도 꿀꿀해서 제일 좋은 호텔을 물으니 Ibis Hotel..

    체킨 하는데 옆에서 자꾸 내 얼굴을 쳐다보는 매니저.. 어디서 왔냐고..
    정신적인 피곤으로 귀찮은 듯이 Kore라고 했더니, 반가워 하며 40살은 되보이는 듯한 자기의 이력을 얘기한다.
    할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 할머니는 한국인..
    물론 두분 다 돌아가셨고, 자기의 눈이 반은 할머니의 그것을 닮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순간, 그 할머니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흘러가고,
    제법 출세한 듯한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이 친구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그 시절에 외국인과의 연애는 그렇다 쳐도
    결혼까지 해서 이국으로 떠나올 때 그녀와 그 가족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한 인생의 파노라마..얽히고 설킴.. 핏줄.. 인류의 역사의 끈질김..
    그리고 출세한 손자에 대하여 가졌을 그분들이 자부심..

    유적 찾느라, 그리고 포기하면서 우울하던 마음이 갑자기 이 친구로 인하여 활기를 찾는다.
    샤워를 끝내고 저녁 먹으러 나오면서 내일 아침이면 없을지도 모르는 그 친구에게
    조그만 벽걸이 장식용 기념품을 건넨다.
    “아마 이것을 보면 네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더 날거야.. 그 분들도 많이 좋아하실거고..”
    그 친구의 눈에도 내 눈에도 언듯 스치는.. 그리고 깊은 포옹.. 호텔 직원들이 다 쳐다본다..

    바로 다리 건너 서양 음식점 골목을 호텔 여직원에게 소개받아 가보니 전혀 딴 세상이다..
    술집에 가득한 젊은애들..
    당구장에도 배꼽티를 입은 젊은 여자가 남자들과 당구치는 모습...
    이스탄불 축구팀과 모스크바 팀의 UEFA 컵 경기을 응원하며 마시랴, 먹으랴 왁자지껄하다..
    어울리지 않는 이탤리언 음식과 라크 술..
    세련된 여종업원 애가 웃는다. 조금있다 한 병 더..!!
    밤 늦게까지 같이 축구 응원해주고 얼큰해서 나오는데 마차가 보인다.
    추운 날씨에 입과 눈을 가리고 있는 말의 모습을 보고 마부보다 말이 불쌍해서 타준다는 어줍짢은 치기를 부리며
    시내 한바퀴를 돈다.
    Eski와 Yeni의 혼란스러움, 자동차와 말의 혼재.. 술취한 나,
    술 취한 카메라..
    호텔 인터넷을 이용해 식구들에세 소식을 전한다.. 그냥 쓰러져 잠든다.
    오늘 여행 개판 됐거든? 나 내일 어떡하냐?
    마누라 보고 싶네..
    벌써 이러면 어떡하지..
    씨..음냐 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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