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나 불가리아를 차로 넘어가려던 여행 계획이 무산되어 약간은 엉망이 되어버린 전반부 홀로 여행..
1주일간 차를 빌렸지만 4일만에 반납하고 열차로 그리스를 들어가기로 한다.
진짜 터키여행은 와이프가 들어오는 열흘뒤에 본격적으로 하고..
여행 동력이 쳐진 지금 뭔가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그래 가자..
고원지방이라 그런지 새벽기온이 쌀쌀한 에스키 셰히르를 일찍 출발하여
오토만 제국의 발상지 빌레직 Bilecik에서 잠깐 구경하고, 터키의 유명한 음식중의 하나인 바클라바 Baklava..
정말 달더라..
빌레직에서 사카리아 Sakarya 고속도로까지 가는 길은 험하기도 하고,
도로도 엉망이라 시간도 많이 걸려 여행자로서는 정말 지루하다..
중간에 휴게소.. 휴게소에는 신발벗고 차 마시는 공간도 있네.. 그 지방 특산물인 호박도..
이스탄불 근방의 카핏의 장인 마을 헤레케 Hereke..
카핏은 없고..
대신 말마라 바다가 눈앞에 있어 초록의 나무들과 함께 시원한 느낌..
쓰러져 가는 철도역사..
앗잔소리가 울리니 갑자기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기도 전, 몸과 마음을 청결히 하기 위하여 발을 닦는 사람들..
점심 먹으러 들른 조그만 식당..
젊은 애들은 이슬람과 상관 없는 듯 아주 아주 세련된 모습..
아부지들이 방과 후의 딸들을 데리고 식사를 하는 장면..
그리고 나서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다시 일터로..
이슬람에 따르면 외부활동은 전부 남자 몫..
후에 이스탄불에서의 어느 식당에서도..
이 아부지 딸네미 칭얼대는 거 달래느라 애쓰던 모습을 보니 안스러울 정도.. 나 같으면 그냥...?!!
그리고 곧 보스포러스를 건넌다.
공항에 차 반납하고 이스탄불 실케지 Sirkeci 역..
티케팅을 하고, 라커에 가방 보관한 뒤 둬 시간의 이스탄불 도보여행.. 이스탄불아, 기다려, 일주일 뒤에 보자!!
밤 8시에 출발. 티케팅하면서 가능하면 혼자 갈수 있도록 부탁해서 그랬는지 콤파트먼트엔 나 혼자.
책 몇줄 읽으니 곧 깊은 잠..
이윽고 국경. 터키쪽 출국심사.
서유럽과는 달리 여권을 전부 걷어가서 출국도장을 찍어서 갖다준다. 한 시간 가까히 소요..
이어 몇십분 안되어 다시 그리스 입국심사. 내 옆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실케지 역에서 내가 여정을 잡는데 도와준 한국인 아들, 부모의 3인 가족여행자 같다.
문을 열어보니 국경경찰이 그들에게 Do you like Kimchi? 이런 식의 질문..
언듯 스치는 기억..
한국여권이 하도 위조가 심해서 몇몇 나라에서 입국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간단한 구두시험을 치른다는..
한국의 전통 음식은? 대통령 이름은? 대표적인 노래는? 등등… 경찰이 내 얼굴을 보더니 일행이냐고 묻는다.
몇 시간 전, 오늘 오후 실케지 역.
티켓 카운터에서 이것저것 묻고 티케팅을 끝내고 나오는데 유심히 나를 쳐다보던 아시아인 3명..
분명 한국인은 아니고, 일본인도 아니고 난 말을 걸려다 한국인이 아니어서 그냥 말았는데..
떠나려는 나에게 말을 건다..
아들 : “저기….”
나 : “어, 한국인이네..? 아드님이 부모님 모시고 여행하시나 봐요.. 좋아보이네요.”
아들 : “아테나를….”
불명확한 발음으로 쭈빗쭈빗 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은 말라시아 (말레이지아가 아닌)에서 왔고,
아테나 (아테네가 아닌)를 거쳐 서유럽으로 여행하려는데 창구에 물어봐도 어떻게 가야하는 건지
의사소통이 안되니 좀 도와 달라는 것..
발음이 영 션찮은데, 아들이 오랫동안 외국에 있다보니 한국말이 어눌하고 숫기가 없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결국 나와 같은 기차를 타고 테살로니키까지 가서 다시 갈아타고 아테네로 가기로 했던 터..
모든 과정을 옆에서 도와줬고..
부모님 모시고 여행하는 친구가 영어가 그렇게 안되면 어떡하냐고 반농담으로 핀잔까지 주고..
그랬던 그들..
경찰의 물음에 난 일행은 아니지만 내가 터키에서 도와준 일이 있다고..
국경 경찰이 통역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한다.
한국 어디서 사느냐, 하는 일이 무어냐 등등 묻는 말에 대답이 어눌하다.
잘 못알아듣는 듯, 몇번을 물어야 강북구 어쩌고.. 노동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상황과 그들의 행동에서 난 이미 어떤 결론을 내린다.
경찰이 그들의 구 여권에 찍혀있는 출국도장을 보여주며 내 출국도장과 다른점이 있는지 봐달라고 한다.
출국장 포스트 번호만 다르고 스탬프의 모양이 완벽하게 같다..
경찰은 내 여권을 포함해서 걷어가지고 지나가며 다른 외국인들 여권 픽업을 한다.
그들이 열차에서 내리기 전, 내가 다가간다.
“사실 쟤들 내가 보기에는 좀 이상하거든…” 돌아오는 대답, “I know..” ..
흠 I see 가 아니고 I know라 이거지..
하긴 불법입국자 잡는 게 직업인 그들이 그걸 모를리가 없겠지..
내 방에 돌어와 있는데 경찰이 다시 왔나보다..
거의 반말 수준이다.. “가방 가지고 내려..!!” 허둥대는 그들..
난 그래도 만에 하나 억울한 일이 있으면 안되겠기에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붙이려 한다.
순간, 영화 배우 조재연 꼭 닮은 경찰이 하는 말,
자기 보스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같이 가주면 고맙겠다고..
경비대 사무실.. 드디어 보스-경찰-나-그들로 이어지는 Greek, 영어, 한국말의 삼중통역.. 첫마디,
‘쟤들 네가 보기에 한국애들 같으냐?’
‘글쎄,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니고? ’
‘헤이, 웃기지마.. 쟤들 100% 중국인야.’
하는 일, 사는 곳, 여행 목적지, 3인의 관계.. 등등
두세가지 질문과 한국말을 잘 못알아 듣는 어눌한 대답이 이어지는 사이,
그들의 유일한 휴대품 가방을 뒤지니 알수 없는 전화번호 같은 게 깨알 같이 적힌 종이 쪽지가 나오고..
나도 기가 찬다. 이 자식들, 혹시 은행 피싱사기범들 아냐?
아니면 아직도 스파이가 있나? 내가 더 궁금해 죽겠다..
구두 뒷창까지 뒤지고 난 후 그들을 그냥 끌고 가며, 나보고 가라고 하면서 고맙다고 한다.
속으로는 그들의 정체가 너무 궁금해 나 조금 더 있으면 안될까, 하고 싶은데
이미 범법자로 결론 내리고 그들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나 분위기가 심각해서 그냥 나온다..
마지막으로 끌려가기 직전의 그들에게 ‘지금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저한테 얘기하시죠’.
역시 잘 못알아 듣는 듯 아무 말도 없다. 포기한 거겠지..
중국인들이 유럽에서 식당 같은 자기사업을 하면서 불법체류자를 철저히 보호해주고
10년쯤 일 시키고나면 가게 하나 차려준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들도 그들중 하나겠지..
저 젊은 놈은 결국 브로커일테고..
터키 입국이 상대적으로 쉬워서 많은 불법입국자가 들어오고 있고
터키를 나갈 때는 잘 안걸리는데 터키로부터 출국하여 입국하는 나라에서는 까다롭게 한다는 소문..
후에 시리아 국경 근처 안타캬 Antakya에서 일본위조여권을 가진 여자 두명을 또 만나게 되고..
기차로 돌아오는 중, better life를 위한 한 인간의 처절한 노력이라는 차원과,
우리나라 위조여권을 이용한 범죄니까 잘 한일이라는 정의감이 언듯 스쳐 지나가고..
열차 안에서는 사람들이 다 나와서 초소를 쳐다보고 있다.
여기 저기서 ‘한국애들이 위조여권 갖고 다니다 걸렸나봐..시간만 늦어지네..’ 대충 이런 불평..
들어오는 날 쳐다보는 눈초리가 따갑다.
난 큰소리로 ‘쟤들, 한국인 아니거든, 중국애들야..”
곧 조재연 경찰이 여행객의 나라이름을 부르면서 차례차례 여권을 나눠준다.
Germany! France! Spain!… Korea,… real Korea..!!
걔들 어떤 애들이냐고,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중국애들이 틀림없다고 하면서
Thank you, sir!! 하더니 악수하고 웃으면서 가버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