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방문을 하게 되어도 전혀 낯설지 않은 곳이다. 먼듯 가까운듯 단숨에 달려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미둘레네 섬도 나를 반긴다. 꼭 10년전에 함께 동행을 했던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찾은 앗소의 선착장은 더 없이 정겹다. 보글보글 사랑이 끓어
온 바다를 데울것만 같다. 마침 정월 대보름인 오늘밤 함께한 이들은 더 없이 밝은 달빛 아래 마냥 행복해 바다에 빠져도 그만일 듯 싶고, 잔잔하게 출렁이는 바닷물, 그 아래 뽀얀 얼굴을 내밀고 있는 자갈들, 잔챙이 물고기들도 우리네들과 함께한다.
생선을 구워 저녁식사를 마치기까지 까불어지는 웃음 소리는 그칠줄 모르고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더 힘을 받는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우리들은 밖으로 나와 선착장를 걷는다. 저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단신, 안짱다리, 대머리, 메부리 코, 검은 피부, 언변이 어눌한 자... 사도바울의 외형적인 모습이다. 모르긴몰라도 그는 간뎅이가 크다못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 결코 작지 않은 사람, 작은 거인이 바로 사도바울이다. 그 사도 바울이 머물렀던 앗소 선창가에 내가 서 있다. 마치 사도바울을 마중나온 듯, 전송하려는 듯....
그는 알고 있었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 다시는 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랬을까? 사도 바울은 드로아에 준비되어 있던 배는 빈배로 앗소로 보내고 당신은 걸어서 이곳까지 온다. 드로아에서 앗소로 오는 길가에 위치한 그 누군가를 만나야 했을지도 모른다. 깊은 생각에 잠겨 홀로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사도 바울을 생각하고 있노라면 내가 서 있는 선착장에서 꼼짝을 할 수 없다.
대낮처럼 밝았던 밤을 남김없이 보낸 후 아침으로 만나는 바다는 새롭다. 어제는 잘 보이지 않았던 미둘레네 섬이 성큼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손짓을 하며 불러내어 아침인사를 건네고 밝을 미소를 짓게 한다. 앗소는 철학적인 분위기가 가득했을 것만 같은 도시이다. 플라톤의 제자들이 살았던 곳, 아리스토텔레스가 아카데미하우스를 겨영했던 곳이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며 구성되어져 있는 이 도시는 얼마나 매력적인지....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모습이 정확하게 내게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