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블로그
[기타지역]  [플래닛 이집트 투어 협찬]이집트② 햇볕과 바람이 빚어내는 시원의 공간
작성자 : 허지영  작성일 : 2008-04-03  조회 : 922
  • 아랍 또는 중동 하면 요즘은 석유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그 전에는 낙타의 대열이 지나가는 사막과 오아시스를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동 생활이 한 번도 아닌 나는 아직껏 사막다운 사막을 보지 못했다.
    이집트에 와서도 동쪽 시나이반도로 두 번이나 여행을 했지만 제대로 된 사막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는 모든 것을 제쳐놓고, 사막 사파리에 도전해보았다.

    사막 사파리, 이집트 여행의 필수코스
    카이로 남서쪽에 위치한 바하리야(Bahariya)를 목적지로 아침을 먹기가 무섭게 출발했다.
    4시간을 달려야 오아시스를 낀 이 마을에 도착하고 거기서부터도 한참을 들어가야 사막이 나온다. 오아시스도 그렇지만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잉글리시 페이션트 같은 영화에서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고운 모래언덕의 사막을 본다는 기대가 목적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주었다.
    사막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면 하늘에 있는 별들이 눈 속으로 빨려 들어올 듯이 가깝게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모처럼 원시의 하늘과 투명한 별을 보리란 설렘도 있었다.

    카이로를 벗어나 30분 정도 되었을까, 갑자기 진한 안개가 시야를 가로 막는다.
    건조한 사막의 나라에 웬 농무(濃霧)라니. 나일 강 부근이라면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할 터이지만 벌써 황량한 벌판에 들어섰는데 무슨 안개가 이렇게 짙을 수 있는가, 하고 애써 불안감을 덮어보려 하지만 안개는 안개다.
    앞은 5m 이상이 안보일 지경이었다.
    이 상태로 가면 서너 시간 더 가봤자 사막도 못 보고 돌아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30분 정도가 지나자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길과 평행으로 난 외로운 철길 외에는 텅 빈 황야다. 드문드문 서있는 송신탑들을 지나 드디어 바하리야에 도착하니 베두인 가이드가 4륜 구동 차량인 랜드 크루저를 가지고 우리를 맞으러 나왔다.
    보통은 4명 정도를 한 그룹으로 해서 사막 사파리에 나선다는데 우리 둘만 태우고 가겠다며 특별한 대우임을 몇 번씩 강조한다.
    운전사와 형제간인 베두인 족 가이드는 농사일을 진작 접고 가족이 다 관광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마구잡이로라도 영어를 배워 놓은 덕에 농사나 목축보다도 훨씬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을 하게 되었으니 이 베두인 족은 길을 잘 잡은 셈이다.

    마을에서는 점심을 먹을 데가 마땅치 않을 것 같아서 떠나면서 김밥을 충분히 준비해 왔기에 김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서양 사람들 같으면 샌드위치를 준비해 오겠지만 이런 여행을 나설 때 우리 김밥만큼 좋은 것이 없으리란 생각이다.
    먹고 남은 김밥 한 팩은 베두인에게 선물로 주고 나머지는 우선 아이스박스에 넣어 두었다.

    마을을 벗어나 드디어 사막지대로 들어섰다.
    흑사막(Black Desert)으로 불린다는 곳인데 약 20여 분 들어가니 검은 모래밭 가운데 제법 커다란 황색의 모래 언덕 하나가 나온다. 차에서 내려 언덕을 올라가면서 사각사각 밟히는 느낌이 좋았다.
    모래를 한 줌 떠서 비벼보니 보드랍기는 금분 같아도 감촉은 제법 탄탄하다. 사르르 손에서 떨어지는 모양새도 좋았다.
    그렇다! 나는 이 모래의 사막을 보러 온 것이다.
    어디에서 생겨난 어떤 돌들이 얼마나 많은 세월을 겪으면서 부서지고 섞이면서 이렇게 곱고 탄탄한 모래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곧 본격적인 모래의 바다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 속에 다시 이동했다.

    얼마 안 가서 검고 딱딱한 바닥을 지나다가 보니 볼캐닉 마운틴(Volcanic Mountain)이라 불리는 산들이 나왔다.
    그 중 제일 높은 산 앞에 내려 자세히 관찰해보니 편편한 꼭대기 부분이 자수정처럼 다닥다닥 붙은 용암의 돌기들로 둘러싸여 있다. 마치 아랍인이 터번으로 머리를 두른 형상이다.
    바닥은 잔 돌과 굵은 모래들이다. 아마도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분출물들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깎이고 부딪치고 부서지면서 작은 돌이 되고 모래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주변이 검은 색 돌과 모래 일색이라서 흑사막으로 불리는 모양이다.

    흑사막에서 나오니 아직도 초가을의 태양 아래 기름처럼 번들거리는 아스팔트의 길이 끝없이 뻗어 있다.
    이 길을 계속 내려가면 아스완을 거쳐 수단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멀리 오른편으로는 바위의 산들이 사막을 둘러싼 벽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왼쪽으로는 드문드문 어두운 색의 바위산들을 지나 뿌연 들판이 보인다.
    왼편으로 들어가 황량한 벌판을 가로지르다 보니 특이한 풍경이 나온다.
    마치 우주선을 타고 가다가 별에 착륙한 느낌이었다.
    사방에 버섯처럼 생긴 흰 돌들이 돌출해 있는데 큰 것은 높이가 10m 이상인 것도 있고 작은 것은 2m 정도인 것들로 시야의 끝까지 같은 풍경이다.

    이곳을 백사막(White Desert)이라고 한다는데, 사막이라기보다는 돌처럼 단단한 바닥과 그 위로 솟은 돌출부 사이사이에 모래가 쌓여 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돌들의 색깔이 흰색이라 이들이 깎이고 부서지면서 흰 모래가 되었을 것이다.
    어떤 곳은 얼음덩어리같이 생긴 바위들과 눈처럼 흰 모래 때문에 알래스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그러나 흑사막이든 백사막이든 검고 흰 색깔을 빼면 사막을 이루는 모래는 대부분 어디선가 날아와서 쌓인 것으로 보인다.
    사막이 아닌 아스팔트 길에도 모래가 덮여 있는 것을 보면 모래는 거센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날리면서 모이고 흩어지게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지런히 사막을 누볐던 만큼 해는 어느덧 지평선 가까이 와 있다.
    혹은 인간처럼 혹은 동물처럼 갖가지 모양으로 된 바위들 사이 모래밭에 밤을 지낼 천막을 친다.
    사막 사파리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 시간에 쫓겨 확실히 챙겨보고 오지는 않았으나 지는 해를 보면서 내일은 고운 모래언덕들이 만드는 풍경을 만날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별이 흩뿌려진 사막의 밤
    베두인 족 형제가 지붕 없는 텐트에 기다란 상까지 마련해 놓고 저녁 준비에 한창이다.
    가져온 나무로 불을 지피고 물로 씻고 칼로 썰고 냄비에 끓이는가 하면 발이 달린 석쇠를 모래 위에 올려놓고 치킨 바비큐를 만든다고 난리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이 돼서야 이들과 함께 상에 둘러앉는다.
    야외, 그것도 사막에서 식사를 하면 무얼 먹어도 맛이 있어야 하련만 이들이 만든 것은 도무지 입에 맞지 않는다.
    김밥을 꺼내서 먹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만든 이들의 정성을 생각해서 그저 배고프지 않을 만큼 먹어놓았다.

    곧 광대한 밤하늘에 별 밭이 형성되는 것을 지켜볼 요량으로 아까부터 하나 둘 세어본 별은 벌써 세지 못할 만큼 늘어났다.
    반도 덜 찬 달인데도 그 빛이 훤해서인지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은 생각했던 만큼 그렇게 밝게 보이지 않는다.
    기대에 어긋나 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어찌 하랴, 하늘의 일임을!
    아직 초저녁이지만 달리 할 일도 없어 우선 자리에 들고 보았다.
    텐트 속에 깔아 놓은 매트리스 위에 가져온 침낭을 펴고 누우니 가뜩이나 피곤했던 터에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막이라 밤에 좀 한기가 느껴진 때문인지 문득 깨어나 시계를 보니 한 시 반쯤이나 된 것 같았다.
    텐트 밖으로 나가니 정말 별천지(別天地) 아니 별(星)의 천지였다. 달이 사라지고 나서 하늘엔 가득 찬 별밖에 없었다.
    하늘에 이렇게 많은 별을 보는 것은 아마도 어릴 때 시골을 떠나온 이후에는 없었을 것이다.
    별들이 눈 속으로 빨려 들어올 것 같다는 말은 좀 과장이지만 정말 별과 내 눈 사이에는 차고 맑은 공기밖에 없으므로 별들이 그렇게 명징할 수가 없었다.

    별을 보고 나서 다시 자는 둥 마는 둥 한참을 뒤척이다 새벽에 일어났다.
    사막의 여명을 지켜보면서 베두인 빵과 삶은 계란에다가 집에서 가져온 커피를 모닥불에 데워 대충 아침을 때우고 짐을 꾸려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였다.
    주변의 다른 그룹들도 하나하나 길을 떠나고 있었다.
    흑사막과 백사막을 보고 나서 나는 어디선가 바람에 날려 온 모래들이 오랫동안 쌓여서 모래사막이 된다고 생각하게 된 만큼 어쩌면 내 마음속에 있는 사막은 그렇게 가까이에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어렴풋한 예감이 마음 한 구석에 스며들었다.

    글/정달호 주 이집트 대사ㆍ사진/박세진 카이로 특파원,이진욱 기자(cityboy@yna.co.kr),
    협찬/플래닛이집트투어ㆍ카타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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