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이집트 경찰이 자국인 관광 가이드와 단순한 시비를 벌인 한국인 가이드를 연행해 수갑을 채우고 10여 시간 동안 억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지 교민사회가 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집트 언론은 한국인 가이드가 폭력을 휘두르는 등 난동을 부리고 이집트를 모욕했다며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인 가이드 김모(34) 씨는 지난 14일 오전 11시께
카이로 옛 시가지(올드 카이로)에 있는 `아기 예수 피난 교회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안내하던 중 이집트인 가이드 M 씨와 승강이를 벌이게 됐다.
이는 일부 한국인 관광객이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같은 장소에서 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던 M 씨가 주의를 준 것이 발단이 됐다.
김 씨는 M 씨의 지적에 따라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협조를 부탁한 뒤 설명을 계속하려 했는데 M 씨가 자신의 뒤쪽으로 와 어깨를 치며 설명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소동 후 손님들을 이끌고 인근의 다른 교회로 이동하는데 M 씨가 다가와
자신의 목덜미를 잡는 바람에 서로 멱살잡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의 경찰서로 이들을 데려가 간단한 조서를 받은 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김 씨에게 수갑을 채워 카이로 시내에 있는 관광경찰서로 이송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11시께 한인회 간부의 신원보증을 받고 올드 카이로의 경찰서로 김 씨를 다시 이송해 훈방할 때까지 10시간 넘게 수갑을 채워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의 추가 조사는 김 씨와 승강이를 한 M 씨가 일을 핑계로 나타나지 않아 이뤄지지 못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이집트 일간인 알-마스리 알-욤은 18일 불법으로 가이드 활동을 하던 김 씨가 정당하게 사진촬영을 제지하던 이집트인 가이드와 미국인 관광객을 폭행하고 교회 내의 성화와 이집트를 모독했다며 대통령실이 관광부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씨는 자신이 폭력을 휘둘렀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이집트 언론의 보도는 한국인 가이드들에 불만을 품어온 M 씨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에서 한국인 가이드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종희 씨는 "이집트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연간 6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많아지고, 한국인들이 팁을 많이 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집트인 가이드들이 한국 관광객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그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 정부가 외국인들에게 가이드 자격증을 주지 않아 한국인 가이드들은 통상 10일짜리 통역 허가를 얻어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관광안내를 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현지 언론이 왜곡보도해 한국인 가이드들의 활동에 더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우려했다.
이집트에서는 현재 50∼60명의 한국인 가이드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편 김 씨가 이집트 경찰에 연행된 후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대사관 측이 다른 일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김 씨는 사건 당일 대사관에 부인을 시켜 전화로 수 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사관 관계자는 다른 일을 처리하느라 담당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지 못하는 등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며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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