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오벨리스크가 피라미드 모양으로 생긴 꼭대기가 하늘을 향해 가리키고 서서 자줏빛 그림자를 땅에 드리우고 있는 좁은 마당으로 발을 옮겨보자.
거기에는 투트모스 1세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세로로 세 줄의 상형 문이 새겨져 있다. 그 일부분은 신들을 높이 찬양하는 상투적인 말로써 이렇게 쓰여 있다.
"상, 하 이집트의 땅, 진리의 아들 호루스, 아문, 그는 그의 아버지- 두 땅의 지도자인 아멘-라를 위한 기념비로서 두 개의 거대한 오벨리스크를 세웠도다."
다른 한편에는 흩어진 주랑의 폐허 사이에 또 하나의 오베리스크가 서 있다.
그것은 마치 불꽃이 뱀의 혓바닥처럼 땅으로부터 날름거리는 듯이 훨씬 높고 인상적인 모습으로 우뚝 솟아있다.
그것은 현존하는 오벨리스크 중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서 거의 30 미터나 되는 높이로 하늘을 찌르듯 서있다.
하나의 빛나는 화강암 덩어리로 이루어진 이 오벨리스크의 기단에는 그 꼭대기가 금과 은의 합금으로 덮여 있어서, 먼 거리에서도 볼 수가 있었으며, 이것과, 지금은 없어진 또다른 쌍둥이 오벨리스크를 만들기 위해서 시에네(아스완의 옛 이름))에서 화강암을 채석해서 가져오는 데에만 꼬박 일곱 달이 걸렸다는 내력이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다.
그것은 어느 면에서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아니 그 이상 가는 이집트의 여인인 혈기 왕성한 하트셉트수트
Hatshepsut 여왕에 의해 세워졌다.
그녀는 가끔씩 남장을 하였으며 가발 수염을 달고 마치 남성 파라오처럼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했다.
긴 코에 강인한 턱을 가진 이 여왕은 높은 오벨리스크와 거대한 신전들을 세우고 변방을 개척했으며 자신의 성에 구애를 받지 않고 파라오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렀다. 그녀는 남편이 죽자 베일과 함께 그것이 의미하는 모든 것을 걷어 던져버렸다.
사면의 하단부에 상형문으로 새겨져 있는 이 오벨리스크에 대한 그녀의 도도한 봉헌사의 내용이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 짐은 궁전 안에 앉아 있노라.
나를 창조하신 분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던 중에 짐의 마음은 그를 위해 투트모스 1세의 거대한 두 탑문 사이에 있는 우아한 주랑 안에다 하늘까지 닿는 두 개의 오벨리스크를 세울 것을 명했노라.
후일 ㄴ의 후손들이 짐의 기념탑을 볼 때 그들은 이것이 바로 짐이 만든 것이라고 외치리라. 금으로 씌운 이 오벨리스크는 짐의 명령으로 만들어 졌노라.
짐은 이시스의 아들처럼 이 땅을 다스리노라. 태양이 아침 배 안에서 쉬고 저녁 배 안에 머물러 있을 때, 짐은 누
Nuh의 아들과도 같이 힘이 있도다.
그것은 북극성처럼 영원히 존재하리라.
이들은 짐의 당당한 권위에 의해 내 아버지 아문을 위해 사랑으로 세워진 금으로 빛나는 거대한 두 개의 오벨리스크이니, 이 신전 경내에 영원히 우뚝 서 있어 그이 이름이 찬란히 빛나게 하리라.
이들은 하나의 화강암 덩어리로 이은 곳이 없노라."
우리는 또 거대한 문 쪽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한 때 프톨레마이우스 왕조의 2대 왕이 지은 무트
Mut 신전으로 이어져 있었으나 지금은 야자수가 들어서 있는 들판이 되어 버렸다. 문의 아름다운 윤곽과 표면의 장식은 우리의 눈길을 끈다.
직사각형의 방안에 들어서 본다.
그 방의 벽에는 마케도니아의 필립
Philip(알렉산더 대왕의 부왕)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신전들이 허물어져 버린 정원을 걸으며 자신들의 무훈을 기둥과 벽면에 새겨 넣었던 이 신전의 주인공들을 생각해 본다. 천 여년에 걸쳐 완성된 이 신전 ,
투트모스, 핫셉수트, 아멘호텝, 세티, 람세스, 투탕카문, 프톨레마이우스.....
수 천년 전에 이집트를 다스렸던 그 턱수염 난 위대한 이집트의 통치자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 모든 성취와 업적이 바람에 의해 먼지처럼 날려가 버릴 운명이었을 진데 과연 그것이 자랑할 만한 일이었던가?
차리리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의 길을 조용히, 겸손히 걸어가는 것이, 그리고 단지 신의 은총으로 그 모든 것들을 누렸음을 마음에 새기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흙벽돌로 카르낙의 모든 신전들을 둘러싸는 벽을 쌓게 한 제22왕조의 한 왕이 있었다.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 그 둘레는 2.5 킬로미터가 넘었다. 카르낙은 돌로 된 무용담, 왕들의 모험을 그린 서사시이며, 또한 피할 수 없는 멸망, 폐허가 돼도 꺼지지 않는 영화였다.
폐허와 들판과 사막의 광활한 대지 위에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는 석양의 카르낙 풍경은 수많은 색조로 뒤덮여서 우리를 황홀경 속에 빠뜨려 버린다.
마지막 허물어진 탑문을 빠져 나와 오른 쪽으로 벽을 따라 돌면, 계속되는 벽면 위에는 파라오들이 신들에게 제물을 봉헌하는 모습들이 끝없이 새겨져 있다. 왼쪽으로는 장방형의 거대한 신성한 연못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 제상들은 의식을 하기 전 이 연못의 물을 길러 몸을 정결히 했을 것이다.
연못의 끝 부분에 있는 뜰에는 신성한 스카라비 비석이 있어. 언제부터인지 이 비석을 돌면서 소원을 빌면 성취된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서, 사람들이 조용히 그 주변을 도는 모습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카라비 비석 바로 옆에는 무너져 깨져 버린 커다란 오벨리스크 한 조각이 여인의 나체처럼 덩그러니 누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