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의 베두인, 재판에 달군 인두 활용>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달궈진 인두를 핥도록 하면 죄를 지었는 지, 결백한 지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사막을 떠돌아 다니며 사는 유목민인 베두인들의 인두 재판이 흥미를 끌고 있다.
15일 시사잡지인 알-무사와르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베두인 사회에서는 1940년대부터 인두를 활용한 인두 재판이 보편화했다.
이 재판에서는 나쁜 짓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 혐의자에게 이글거리는 인두를 혀로 핥도록 해 유무죄를 판별하게 된다.
유죄인 사람은 혀가 타들어 가면서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게 되고, 무죄인 사람은 뜨거운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두 재판은 무브시라고 불리는 판관이 주재한다.
무브시는 벌겋게 될 때까지 달궈진 인두를 범죄 혐의자의 입에 들이대 유무죄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재판서비스를 제공하고 무브시가 받는 사례비는 65파운드(약 1만2천원) 정도.
알-무사와르는 원시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인두 재판이 시나이반도와 수에즈운하 지역에서 통용되고 있다면서 놀랍게도 베두인이나 하층민 뿐 아니라 영화배우와 기업인 등 사회의 유력인사들도 인두 재판의 효용성을 믿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무브시로는 수에즈운하 지역인 사라비움 마을에 살고 있는 아부 아메르가 꼽힌다.
지금까지 아메르에게 인두 재판을 시행해 달라고 요청한 사람은 수 천 명이라고 한다.
17년 간 무브시로 일한 아메르는 알-무사와르와의 인터뷰에서 베두인의 인두 재판은 25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며 이집트에서 최초로 인두 재판을 시작한 사람이 자신의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아메르의 말에 따르면 국경순찰대원이었던 그의 조부는 어느 날 동료와 함께 사막을 순찰하던 중 피로를 풀기 위해 잠깐 잠을 자고 깨어 보니 타고 다니던 낙타가 온 데 간 데 없었다.
범인을 찾을 궁리를 하던 조부는 다시 잠을 청했고 어떤 남자가 조부의 꿈에 나타나 뜨거운 커피 주전자를 동료에게 핥도록 하라는 계시를 줬다고 한다.
조부는 꿈에서 들은 대로 했고 동료는 겁에 질린 나머지 자신이 낙타를 빼돌렸다고 실토했다는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아메르의 조부는 수많은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유명한 무브시가 됐다.
조부 만큼 훌륭한 무브시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아메르는 오래 전 발생한 수에즈운하관리청의 공금 도난사건도 자신이 해결했다고 말했다.
아메르는 이 사건에는 직원 11명이 용의자로 지목됐다며 인두 재판에서 마지막 사람만 혀에 화상을 입어 그가 범인으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아메르는 항상 인두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자백할 것을 권고한다며 미리 잘못을 시인하면 혀를 데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