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블로그
[기타지역]  사막…텅빔이 아닌..가득함으로 존재하다.
작성자 : 서윤선  작성일 : 2007-02-03  조회 : 1449
  • 사막…텅빔이 아닌..가득함으로 존재하다..

    1월18일.. 전날 밤 사막 갈 준비로 제일 먼저 챙겨둔 것이 라면과 김치이다.
    산에 갈 때면 늘 생각나는 라면 국물처럼..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도.. 그 참 맛이 결코 바래지 않으리라는 기대로.. 그렇게 먹고 잘..궁리만 하며 사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이로에서부터 9인승벤을 타고 5명의 일행과 운전기사, 라쉬드(현지인 영어가이드)와 아침 8시 카이로를 출발했다.
    예정보다 1시간쯤 늦은 출발…
    겨울 한 낮의 태양은 감당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여름이었다면 귀중한 한 시간이 되었을것이다. 누군가.. 사막의 여름이 불 가운데 들어가 앉은 느낌 이라고... 전했던 것처럼…
    카이로 서쪽으로 바하리야를 향하는 길은 지루하리 만큼 볼 품이 없다.
    4시간의 이동.. 차 타는걸 워낙에 좋아하는 내가 아니었더라면.. 한 숨 자고도 남는 시간동안 이미 마음부터 지쳐버릴 일이겠다. 멋드러진 사막이라기 보다 사막으로 가는 초입은 황량한 개발지구 같은 느낌이 있다. 3시간쯤 달려 바하리야 중간 기착지에 다다를 즈음, 드문드문.. 제법 사막다운 모습이 나온다. 검은 모래.. 모래언덕.. 넘어의 거대한 사막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 지평선..

    중간 기착지는 핫스프링 호텔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은 후 지프를 바꿔타고 본격적인 사막투어가 시작되는 것이다. 바위티 마을에 가면 이런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호텔들이 있다. 플래닛 이집트 에서는 골든 밸리와 핫 스프링 호텔이 중간 기착지가 된다.
    13시 30분 베두인 지프운전사 칼릭 아저씨와 함께 일행이 지프에 올랐다.
    칼릭은 영어로 이런 저런 여정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느낌이 좋다.. 옛날 이야기를 속삭이는듯한 칼릭의 목소리도.. 운전내내 허밍으로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도 칼릭의 바로 옆자리를 차지한 나로써는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우리의 오늘 최종 목적지는 파라프라 오아시스의 아쿠아썬 호텔이다. 사막 야영을 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는 계절이기 때문에 숙박은 호텔로 정했다. 바하리야 사막은 지도상, 기착지-흑사막-크리스탈 마운틴-백사막-파라프라 오아시스 이렇게 되어있다. 우리는 다시 돌아오는 길에 크리스탈 마운틴과, 흑사막을 보기로하고 백사막으로 향했다.
    바위티 마을을 벗어나자.. 아까와는 다른.. 사막이 시작되고 있었다.. 광활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막.. 감동은.. 꾸며져있는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서 받을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30분쯤 달렸을까.. 뷰 포인트 라고 하여 내린 사막에는 눈으로 보고도 다 담을 수 없는.. 광활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붉고 진흙같이 고운 모래… 사람하나쯤 모래알처럼 느껴지게 만들어버리는 거대함.. 감동은 마음에 담기도 벅찬 일이 되어버렸다.
    다시 차를 타고 백사막으로 향한다. 사막위에 검정 콜타르로 만든 외길을 따라 가다 아라바크르 라는 곳에서부터 사막속으로 샌드륜 크루징을 시작한다. 이곳은 낙타로 트렉킹을 하는곳이기도 하고 굴곡이 많은 지형이여서 익싸이팅한 지프니 크루징을 하는 포인트이다.



    언덕을 이루는 모래는 물결을 만들어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린다.
    자연은.. 말하지 않아도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스승이 된다.

    그렇게 샌드륜을 지나 1시간여 사막을 따라 달리면 하얀 모래, 기암괴석으로 만들어진 백사막이 나온다. old백사막과 new백사막은 인터넷에 사진으로 누구나 보았음직한 버섯모양의 바위..치킨바위등.. 기암괴석이 석양과 일출의 해를 받아 멋드러진 자태를 자랑하는 곳이다. 칼릭은 또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야영을 하면 이곳에서 나무로 불을 피우고 베두윈 위스키(홍차)를 끊여마신다’고 한다. 왠지 호텔로 가는 발걸음이 아쉬워진다. 사막의 별을 보면서.. 분명..그 흥얼거리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을것이다.. 누군가 잠못이루던 사막속 캠프파이어의 기운이 잠시 주위를 감쌓다. 그래도 벌써부터 떨어지는 사막의 기온은…매섭게 옷 속을 파고들어 자꾸만 움츠려 들게 한다.
    호텔로 이동하는 길.. 사막의 일몰을 보기 위해 석양이 잘 보이는 포인트에 멈췄다.. 지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 금새 떨어지는 녀석을 아쉽게만..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칼릭 에게 “사막의 별도 볼 수 있게 해죠..”라며..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
    혹시나 야영을 포기하는 대신 사막의 별마저 버리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을 해왔기 때문에 다분히 간절했을 것이다. 칼릭은 특유의 정감이 묻어나는 (할아버지 미소 같은..표정이다.) 미소를 지으며 나무를 구할 수 있다면 작은 캠프파이어를 하며 차도 끊여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It’s secret…”이라면서 우리 일행에게 행운 같은 선물을 준비해 주었다.
    파라프라 오아시스는 백사막에서 40여분쯤 더 가야한다. 그리고 그곳의 아쿠아썬 호텔은.. 아치형의 상아색 동화 속 집처럼.. 빨갛고, 하얀꽃은 배경으로 지어져 있었다.
    사실 기대도 하지 않았다.. 3성급의 사막 속 호텔 이라니.. 벌레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갔는데…. 사막이라는 동화 속에 들어온듯한 기분이 든다. 손님이라고는 단지 우리일행 뿐인…조용하고.. 이쁜 아쿠아썬…

    간단히 현지식으로 식사를 하고.. 밤이 되기 무섭게 칼릭과 사막의 캠프파이어를 시작했다.
    오아시스 이곳 저곳의 지형을 설명해주고.. 다시 호텔 바로 뒷 편으로 돌아와 작은 온천수가 흐르는 곳 앞에 자리를 잡았다.

    사막야영처럼 원초적인 대지의 느낌은 약했지만.. 그 밤의 하늘을 가득 메운 별과.. 작은 캠프파이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던.. 베두윈 위스키.. 그리고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올려다보던 하늘은.. 폐 속 깊이 들이쉰 숨을 통해 여전히 내 마음 안에 있다… 잊지 못하고 또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코끝으로 그 바람의 향이 나는 듯 하다..

    그렇게 사막의 밤을 보내고.. 사막의 아침을 맞았다.. 구름에 가리워져 일출의 광경은 못봣지만 우린.. 이미 어제의 사막에 심취해 있는 터라.. 그마저도 좋았다..
    오염 되지 않은 아침 공기만으로도.. 좋다..
    돌아오는 길은 크리스탈 마운틴과 흑사막을 지나서 와야 한다..
    그 길의 느낌은… ‘돌아가는 길’이라는 느낌이다.. 한켠은 아쉽고, 한켠은 돌아가고 있다는 안정감 같은 것이 들었다. 흑사막의 파노라마 마운틴에 올랐다. 보기보다 높고 가파랗기 때문에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디디면서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사막을 내려다 본다..
    내가 지나온 곳이 어디였는지.. 어제 본 곳이 어디엿는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풍경이지만..
    그 안에는 황량한 텅 빔이 아닌 나와 또 나를 이루는 모든 것 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듯하다.
    다시 마을의 풍경이 펼쳐진다..
    마침 금요일이어서 사람이 북적거린다. 곧 있으면 모스크에 모여 기도드릴시간이기 때문에 어딘가로 움직이는 모습들.. 여정의 종착지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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